지금 실리콘밸리에 다시 한번 닷컴붐(Boom)이 일어나고 있다. 1990년대 말 일었던 거품(Bubble) 현상은 아니지만 닷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많은 벤처 투자자들이 다양한 웹2.0 기반 벤처 기업과 사업가들을 지원 하고 있고, 이미 몇몇 회사들은 대형 포털에 M&A 되거나 자체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 웬만한 신규 서비스에서 웹2.0이 주창하는 개념을 차용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아마 ZDNet의 열렬한 독자라면 ‘웹2.0’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기사를 많이 봐 왔을 것이다. 소위 ‘사용자 기반 참여 문화’와 ‘집단 지성’, ‘오픈 데이터 공유’로 대별 되는 웹2.0이라는 키워드는 처음엔 그것을 위해 정의된 것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충분히 이전 웹과 차이점을 설명해 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성공적인 서비스들을 이끌어 냈다. 참여 문화의 정점에 있는 ‘블로그(Blog)’, 다수 사용자 기반 비즈니스 모델인 구글 애드센스(Adsense), 온라인 백과 사전 위키피디어(Wikipedia), 소셜 북마크인 딜리셔스(Delicious), 사진 공유 서비스 플릭커(Flickr) 등 미국에서 부각되는 서비스 만을 예제로 삼다 보니 국내에서는 마치 이런 흐름에 뒤떨어진다는 인식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인터넷과 웹을 빨리 받아 들이고 소화하여 세계 최대의 웹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브로드 밴드로 제공되는 인터넷 서비스 하나 하나가 사실 세계적인 것들이 많다. 웹2.0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많은 서비스들이 웹2.0이 말하는 개념이 알게 모르게 가미되어 제공 되는 세계적인 것들이다. 오늘은 이런 서비스를 소개함과 아울러 우리가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인터넷 서비스 강국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우리가 가장 앞서 있는 온라인 참여 문화
웹2.0의 기본 키워드는 사용자 참여 문화이다. 블로그(Blog)는 참여 문화의 원동력이 되었는데, 온라인에서 출판이라는 기존 문화를 답습하지 않고 개인 미디어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다. 많은 개인 블로그들이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RSS라는 간단한 형식으로 배포 하고 트랙백(Trackback)과 답글(Comment)로 의사 소통을 한다.
사실 한국의 온라인 참여 문화 수준은 가히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에서도 익히 알려진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온라인 미디어인 오마이뉴스(Ohmynews)를 비롯하여 몇 년 사이 대한민국 전체가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싸이월드(Cyworld) 미니 홈피라는 개인 미디어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네이버(Naver) 블로그를 비롯하여 포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는 검색 결과에서 상위에 노출될 정도로 좋은 정보와 내용을 담고 있는 것들이 많다. 물론 개인적인 일상에 대한 이야기만 다루고 기존 매체를 스크랩하는 소위 ‘펌 문화’가 만연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들 속에서 꿈틀거리는 참여 문화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다. 또한, 미디어 다음(Media Daum) 내에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여론 광장인 아고라(Agora)라는 게시판형 서비스는 단순해 보이기 까지 하지만, 독특한 사용자 콘텐츠가 나왔다 싶으면 수십 만명이 읽고 수천 개의 답글이 달리는 것이 익숙할 정도로 강력한 참여를 이끌어 낸다.
기존 포털 뿐만 아니라 새로 시작되고 있는 서비스 중에도 참여 문화가 대표적인 키워드로자리 매김하고 있다. 이글루스(Egloos)라는 서비스는 포털 블로그와 유사하지만 전문 블로거들을 위한 기반 시스템을 잘 갖추어 주고 있다. 블로깅에 대한 좀 더 다양한 기능과 재미를 맛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태터툴즈(Tattertools)라는 블로그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된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이 만든 프로그램이었지만 그 동안 많은 사용자가 참여하여 피드백을 통해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지속적인 베타 프로그램의 가장 좋은 예이다.
최근에 나온 태터툴즈 1.0 버전은 외국에서 유명한 워드 프레스(WordPress)만큼 질 높은 프로그램으로 성장해 있다. 이런 전문적인 블로거들은 올블로그(Allblog)라는 메타 블로그 사이트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각 분야에서 다양한 블로거들이 쏟아 내는 신선한 정보와 토론 문화를 접해 볼 수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좀 더 웹2.0다운 참여 문화를 이끌어 내는 선봉장 들이다.
참여 문화에서 집단 지성으로
온라인 백과 사전인 위키피디어(Wikipedia)에 대응되는 국내 서비스는 단연 네이버 지식인을 들 수 있다. 위키피디어는 사용자가 직접 수정을 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제공하면서도 틀린 정보라도 다른 사람이 고쳐 놓을 것이라는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는 믿음에 근거 하고 있다. 지식인 서비스 역시 다수의 사용자가 참여해 만든 3천 7백만 건의 Q&A로 이루어진 정보로 이루어져 있다. 다수의 지식이 답변으로 등록되지만 그 중에 채택되는 것은 하나의 답변이다. 그나마 그 답변이 틀린 경우에는 신고하기나 답글을 통해 고쳐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얼마 전 지식인과 똑 같은 Yahoo! Answers라는 서비스가 미국에서 시작될 정도로 웹2.0 다운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웹2.0 서비스의 단골 분류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바로 태그(Tag)이다. 태그는 기존의 소수의 관리자가 중앙에서 관리하던 디렉토리(Directory) 분류법과 달리 사용자가 생산한 콘텐츠에 자신이 직접 연관 정보 키워드를 입력함으로서 사용자 참여를 통해 분류하고 정보를 재정리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다. 이미 2000년대 초반 다음 카페에서 카페를 키워드를 통해 분류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었을 정도로 출발은 빨랐다. 국내 대부분 블로그와 미니 홈피 서비스들이 이미 태그를 지원하고 있다.
태그(Tag)의 유용성을 좀 더 빨리 확인 하고 싶으면 국내에서 시작된 소셜 북마크 서비스인 야후!허브, 태터 툴즈 사용자 기반 서비스인 이올린(Eolin), 협업을 통한 사진 올리기 놀이인 다음 파이(Pie) 서비스에 가면 재미있게 체험해 볼 수 있다.
2% 부족한 오픈 데이터 모델로 삼박자 갖추어야
지금까지 나열된 서비스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닷컴들이 견지해 온 대표적인 수익 모델들 역시 웹2.0 비즈니스 모델에 괄목한 만하다. 연일 시장 가치가 오르고 있는 NHN의 경우 검색을 기반으로 하는 소액 광고주를 끌어 모은 키워드샵(Keyword Shop)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물론 지금은 대부분 포털 업체가 오버추어(Overture)에 아웃소싱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대형 광고주가 아닌 소액 광고주들이 주요 닷컴 기업을 먹여 살리는 주 수입원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뿐만 아니라 아바타, 도토리, 배경 음악 같은 아이템 상품을 통한 닷컴 기업의 성장 이면에는 역시 온라인에서만 제공되는 가치를 인정하고 기꺼이 지불해 준 다수의 고객들이 있었다.
이렇듯 참여 문화과 집단 지성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까지 우리 나라 웹 서비스는 꽤나 웹2.0답다고 말할 수 있다. 이들 서비스들 중에 부족한 것을 들라고 하면 바로 오픈 데이터 모델(Open Data Model)이다.
웹2.0의 개념 중에는 사용자가 생산하는 데이터를 사용자에게 관리 권한을 돌려 주는 오픈 데이터 모델이 있다. 이 모델에 근거하여 사용자가 직접 데이터를 입/출력 할 수 있고, 이를 기반해서 다양한 서비스들 사이에 혼합(Meshing)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오픈 API, 오픈 스탠다드를 기반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해외에서는 RSS라는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 배포 수단은 많은 곳에서 제공되고 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태그가 달린 콘텐츠나 링크를 공유하고 찾아 볼 수 있게 할 수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나라 웹 서비스들 특히 포털 서비스에서는 이것이 매우 약하다. 싸이월드에서도 RSS를 제공하는가 싶더니 막아 버렸다.
블로그에서도 오픈 API를 제공하는데 인색하다. 이는 각 서비스들이 자기 안에서 확대 재생산을 하게 하고 싶은 닫힌 웹을
지향하기 때문에 그렇다. 미니 홈피와 블로그에서 일어나는 펌 현상 또한 이러한 닫힌 웹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이다.
우리 나라 내에서 경쟁을 두려워하여 닫힌 서비스로 일관한다면 웹2.0적인 부분을 포함 하고 있더라도 웹1.9라고 평가 절하
될 수 밖에 없다.
글로벌 서비스로 가려면 열어라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는 경쟁사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웹2.0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좀더 나은 곳을 벤치 마킹하기 위한 활동들이 활발하고 자주 모여 토론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미국이 인터넷 세상을 주도하는 이유에는 열린 경쟁을 통한 협력으로 시장의 파이(Pie)를 키워나간다는 데 있다.
우리 내부의 경쟁에 너무 심각하게 길들어진 나머지 우리의 세계적인 서비스들이 좀 더 글로벌하게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나열한 대로 그 만큼 세계적인 서비스에 가깝고 우리가 앞서 나갔던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들을 세계적으로 수출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지금 주요 포털들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긴 하지만 미니 홈피가 미국 시장에서 이미 마이 스페이스(MySpace)와 페이스북(FaceBook)에 밀리고, 이미 야후앤서(Yahoo! Answer), 어바웃닷컴(About.com)에 지식인이 선점 당했다. 이제 한국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서비스들 즉, 작게는 사용자 기호에 가장 최적의 검색을 제공하는 통합 검색 기능에서부터 브로드 밴드를 기반한 대용량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와 휴대 인터넷, 모바일 환경에 기반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웹 서비스들이 세계적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구글이나 야후, MSN 같은 회사들의 서비스를 말하고, 웹2.0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단지 그들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여기서 미래를 위한 통찰력(Insights)를 얻어내 우리가 만드는 것이 세계적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 환경을 우리 내부에서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글로벌 경쟁에서 성공하려면 내부 경쟁자를 동반자라고 믿어야 한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트렌드와 동향을 빠르게 흡수해야 한다.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 웹2.0 시대에서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서로 열린 환경의 웹을 만들 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주도하는 세계적인 웹 서비스의 열쇠가 될 것이다. 웹은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어 있을 때와 닫혀 있는 것이 아니라 열려 있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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